아이오닉 5 N이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에서 신기록을 수립했습니다. 스쿠프부터 아이오닉 5 N까지 30년 넘게 이어온 꿈과 의지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Pikes Peak International Hill Climb)’에서 연거푸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아이오닉 5 N과 아이오닉 5 N TA 스펙이 양산형 전기 SUV 비개조와 개조 부문에서 신기록을 수립했을 뿐만 아니라, 전기 세단을 포함한 양산 전기차의 기록을 모두 앞선 것입니다. 이로써 현대차는 가장 까다로운 레이스 중 하나에서 아이오닉 5 N의 우수한 완성도를 입증했습니다. 이번 도전은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과 같은 차로 신기록을 세웠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916년 처음 시작된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모터스포츠입니다. 로키산맥의 파이크스 피크 봉우리를 오르는 시간을 겨루는 레이스로, 흔히 ‘구름을 향한 경주’로 불립니다. 출발점의 고도가 백두산보다 높은 해발 2,862m이며, 경주를 마치는 결승점이 무려 해발 4,302m나 되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죠. 총 길이는 19.99km이고 코너 수는 156개에 달합니다.
그래서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은 자동차의 종합적인 완성도가 상당히 중요한 레이스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경사가 급한 산길을 오르는 만큼 자동차의 힘이 중요한데, 좁은 폭의 코너가 이어지기에 코너링 성능도 중요합니다. 자동차의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내는 만큼 내구성과 안정성이 확보되어야 기록을 논할 수 있죠. 그래서 아이오닉 5 N의 신기록은 더욱 값집니다. 성능만이 아닌, 완성도가 높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니까요.
현대차의 파이크스 피크 도전 역사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 레이스에는 현대차의 역사와 꿈이 새겨져 있습니다. 미국에서 열리는 레이스에 참가해 자동차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자 했던 이들의 꿈이 그 시작을 열었죠. 현대차는 1992년 로드 밀렌(Rod Millen)이 현대차 최초의 독자개발 엔진인 알파 엔진을 탑재한 스쿠프 터보로 13분 21초 17를 기록하며 2WD 양산차 비개조 부문 우승을 달성한 것을 시작으로 엘란트라, 티뷰론, 제네시스 쿠페 등 다양한 모델로 계속 도전을 이어왔습니다.
가령 1993년 로드 밀렌은 엘란트라를 타고 11분 57초 34의 기록으로 오픈 부문 2위를, 1997년에는 폴 초이네르(Paul Choiniere)가 티뷰론을 타고 11분 56초 79를 기록하며 오픈 부문에서 우승했습니다. 2009년에는 로드 밀렌의 아들인 리스 밀렌(Rhys Millen)이 제네시스 쿠페를 타고 2WD 타임어택 클래스에서 신기록을 기록하며 부자가 현대차를 타고 우승의 영광을 안는 명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죠. 리스 밀렌은 2013년에 현대차 제네시스 쿠페 엔진을 기반으로 한 경주차 ‘PM580T’로 9분 2초 192를 기록하며 무제한급 2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당시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은 포장도로에 비포장도로 구간이 섞여 극한의 난이도를 자랑했습니다. 경기 중 차량이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났죠. 그럼에도 현대차는 도전을 이어가며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냈습니다.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이 완전히 포장도로로 바뀐 건 2012년이며, 현대차는 이 때 제네시스 쿠페로 9분 46초 164를 기록해 코스 신기록을 세우는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꾸준한 도전이 없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놀라운 성과였죠.
이처럼 아이오닉 5 N의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 신기록 수립은 한순간에 이뤄진 것이 아닙니다. 꿈과 도전이 빚은 결실이죠. 현대차는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 참가를 위해 제작한 아이오닉 5 N TA 스펙의 소개 영상에서 과거 파이크스 피크에 참가했던 모델들을 보여주며, 도전의 역사를 계승하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습니다. 역대 가장 강력한 현대차로 손꼽히는 아이오닉 5 N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기대를 모은 이유입니다.
승리를 위한 현대차의 철저한 준비
현대차는 이번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에서 양산형 전기 SUV 비개조와 개조 등 2개 부문에 참가했습니다. 개조 부문에 참가한 아이오닉 5 N TA 스펙은 ‘현대 N 페스티벌’에서 활용하고 있는 ‘eN1 컵 카(Cup Car)’에 추가적인 튜닝을 더한 버전입니다. eN1 컵 카는 아이오닉 5 N에서 운전석을 제외한 모든 시트와 내장재를 제거하고 레이스 전용 부품(타이어, 서스펜션, 브레이크, 휠, 에어로파츠 등)을 장착한 것이 특징입니다. 아이오닉 5 TA 스펙은 이런 eN1 컵 카를 바탕삼아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 레이스에 최적화된 에어로 다이나믹, 서스펜션,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더했습니다. 이에 대한 현대차 드라이빙익스피리언스&모터스포츠팀의 설명입니다.
“아이오닉 5 N TA 스펙은 강력한 다운포스(Downforce, 주행 중 공기가 차체를 누르는 힘) 형성을 위해 커다란 프론트 립 스포일러와 리어 윙을 장착했습니다. 다운포스가 증가하면 타이어의 접지력이 늘어나 코너를 더 빠르게 돌 수 있으며, 불규칙한 노면에서도 접지력을 유지하기 쉬워집니다.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 레이스의 노면은 서킷보다 거칩니다. 서스펜션 역시 이에 맞춰 다시 조율했습니다.”
참고로 파이크스 피크의 정상 부근은 고산지대라 공기밀도가 해수면 대비 60% 수준에 그칩니다. 이런 곳에서 다운포스를 얻으려면 아이오닉 5 N TA 스펙처럼 커다란 에어로파츠가 필요합니다. 이는 운전자의 안전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가드레일도 없는 절벽을 달리는 만큼, 레이스카의 조작성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출력이 좋지만 무겁기도 합니다. 이를 극복하고 코너링 속도를 높이려면 강력한 다운포스가 필요합니다.
물론 아이오닉 5 N TA 스펙은 최고출력도 더 높습니다. 아이오닉 5 N은 일반적인 상황에서 609마력을, N 그린 부스트(N Grin Boost, NGB) 사용 시 10초간 650마력을 냅니다. 반면 아이오닉 5 N TA 스펙은 상시 687마력을 냅니다. 그런데 이는 구동계 변경으로 끌어올린 출력이 아닙니다. 아이오닉 5 N 양산차, eN1 컵 카, TA 스펙 모두 동일한 ‘PE(Power Electric)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타는 모델과 같은 PE 시스템을 사용하되, 소프트웨어 변경으로 더 가혹한 조건을 만들어 레이스에서 내구성을 입증한 것이죠.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의 온도가 적정범위 안에서 유지되도록 열관리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레이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레이스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좋은 차와 더불어 좋은 전략도 필요합니다. 현대차는 우선 전기차의 특성을 모두 최대한 활용했습니다. 가령 파이크스 피크 힐 클라임의 정상 부근에서 내연기관차는 공기밀도가 낮아 엔진 출력이 떨어집니다. 전기차는 출력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내연기관차보다 무겁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이를 보완할 치밀한 전략이 필요했죠. 현대차 드라이빙익스피리언스&모터스포츠팀의 설명입니다.
“10분 안팎의 단판 승부를 위해 코스를 샅샅이 파악하고 출력, 냉각, 전후 출력 배분, 회생제동 제어, ABS 등 다양한 영역의 차량 제어 로직을 최적화했습니다. 운전자의 성향에 맞춘 맞춤형 제어 또한 적용했죠. 그리고 배터리/모터 온도 등의 사전 제어를 통해 어떤 온도영역에서 출발할 때 가장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을지 사전에 평가하며 경주차를 준비했습니다.”
신기록을 세우다
아이오닉 5 N TA 스펙은 첫 출전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WRC 드라이버인 다니 소르도(Dani Sordo)의 활약에 힘입어 9분 30초 852의 기록으로 완주에 성공하며 종전 양산형 전기 SUV 개조 차량 최고 기록인 9분 54초 901을 크게 앞섰죠. 덕분에 해당 부문 1위, 종합순위 3위를 차지했습니다. 비개조 차량으로 참가한 ‘아이오닉 5 N’ 또한 10분 49초 267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기존 비개조 양산형 전기 SUV 최고 기록인 11분 2초 801을 넘어섰습니다.
현대차는 이번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 레이스에서 고성능 전기차가 모터스포츠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습니다. 동시에 고성능 전기차가 운전의 즐거움을 이어갈 수 있음을 널리 알리기도 했습니다.
예컨대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에는 독특한 규정이 있습니다. 내연기관차나 전기차나 모두 120dB을 넘기는 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죠. 내연기관차의 경우 배기음을 활용하면 되지만 그게 어려운 전기차들은 이제껏 앰뷸런스와 비슷한 사이렌 소리가 나는 장치를 별도로 장착하고 출전했습니다. 반면 아이오닉 5 N은 ‘N 액티브 사운드+’를 켜고 우렁찬 소리를 내며 언덕을 올랐습니다. 보통의 전기차와는 다른, 아이오닉 5 N만의 매력을 뽐내는 순간이었죠. 이에 대한 현대차 드라이빙익스피리언스&모터스포츠팀의 설명입니다.
“모터스포츠에서 경량화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 전기차는 관객 입장에서 보는 매력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eN1 컵 카를 개발할 때도 관중이 들을 수 있게 늘어나는 무게를 감안하면서 외부 스피커를 추가했습니다. 120dB 이상의 소리를 내야 하는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의 규정이 N 액티브 사운드+를 부각할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차량의 전방인 라디에이터와 보닛 사이에 외부 스피커를 장착해 우렁찬 가상엔진 사운드를 내도록 했습니다. 드라이버도, 관객도, 언론도 반응이 좋았죠. 차량의 가감속 상황이나 현재 속도 등 중요한 정보가 소리로도 전달됐고, 사이렌과 같은 신경 쓰이는 소리를 듣지 않아 좋았다는 평이 이어졌죠. 많은 관심을 가져주어서 뿌듯한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도전은 이어진다
현대차의 이번 파이크스 피크 힐클라임 레이스 참가는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도전의 일환입니다. 현대차는 모터스포츠와 같은 극한의 조건에서 자동차의 완성도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참가한 모든 아이오닉 5 N이 양산형과 같은 배터리, 모터, 냉각 시스템을 사용하며 내구성을 입증한 것처럼 말이죠.
현대차는 모터스포츠를 통해 얻은 노하우로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양산차에 적용하고, 다시 이를 검증하길 반복하고 있습니다. 또한 남양연구소, 미국기술연구소(HATCI), N브랜드사업부 간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모든 기획 및 개발 역량을 내재화하는 과정을 거쳐왔죠. 고된 과정이지만 이를 통해 성능과 내구성이 우수한 자동차를 만들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현대차는 아이오닉 5 N의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놀라운 소식이 이어질까요? 앞으로도 계속될 현대차의 도전을 응원해 봅니다.